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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적월
박소연 지음도서출판 가하2015.12.25
| 판매정가 | : |
|---|---|
| 판매가격 | : 3,800원 |
| 적 립 금 | : 0원 |
| 파일용량 | : 870 KByte |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 듣기기능 | :  TTS 제공 |
| ISBN | : 979-11-295-907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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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그대가 나를 이리 만든다. 나를 이리 전락시키고 뿌리부터 뒤흔들어 내가 아닌 무언가로 바꿔버린다. 네가.
너만이.
래연족의 왕 위르진. 흰 달마저도 붉게 물들인다는 적월(赤月)이 별칭인 그는 여래국을 쳐 황제가 아끼는 여동생 서연공주 은효은을, 5년 전 제게 호의를 베풀었던 그녀를 납치한다. 그러나 그뿐, 그는 효은의 주변에서만 맴돌며 손가락 하나 대지 않는다.
은회색 머리에 금갈색 눈의 아름다운 야만족 왕이 제게만 보이는 따뜻함에 자꾸만 흔들리는 효은이지만 제 오라비와 제 조국을 생각하면 그를 받아줄 수 없다. 하지만 자꾸만 흔들리는 제 마음에 혼란스럽기만 한데…….
“어째서 날 사랑하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나를 놓지 않아?”
“모른다. 그것에 그렇게나 이유가 필요한가?”
“내가 절대로 그 마음은 받지 않겠다 해도, 말인가?”
“아무리 그대라 하여도, 그것만큼은 내게 강요할 수 없어.”
2. 작가 소개
박소연
작가연합 아랑개비 소속.
조아라 및 네이버 첼린지 리그에서 연재 중.
읽으시는 동안 즐기실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soeyen
▣ 출간작
적월
비밀의 숲 - 개정판
상단의 여제
▣ 출간 예정작
홍사 - 개정판
윈터 브라이드
3. 차례
#新月. 이방인異邦人
#第一月. 혈월血月 - 재회再會
#第二月. 창월蒼月 - 왕녀王女
#第三月. 수월水月 - 회상回想
#第四月. 성월星月 - 선택選擇
#第五月. 적월赤月 - 감사感謝
#第六月. 설월雪月 - 불망不忘
#雙月. 여행객旅行客
#後月 一. 샤할티
#後月 二. 밀월蜜月
#後月 三. 아이
#後月 四. 객客
4. 미리 보기
위르진은 처음으로 그녀를 안으려 했었던 때를 제외하곤 단 한 번도 그녀의 파오로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제 발로 그의 파오를 찾았을 때는 단 한 번뿐이었다.
한번 제 아내를 죽였던 전적이 있는 인사가 절 죽이려 한 그녀를 고스란히 살려두었으니 그녀를 버리려 하는 것은 아닐 테다. 그렇다면 어째서 찾아오지 않는가가 의문이었으나 곧 효은은 그 의문을 지웠다. 그자에 대해서 이토록 정보가 부족한데 추측을 해봤자 의미 없을 뿐이다. 파오의 천을 쥐는 손이 떨렸으나 예전만큼 떨리지는 않았다. 뭐든지 처음이 제일 어려운 법이지 두 번째는 그리 어렵지만도 않은 법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각오도 되어 있다.
그러나 훅 숨을 들이마시고 천을 젖히자마자 확 풍기는 고약한 냄새에 효은은 반사적으로 숨을 멈추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 순간, 확 터지듯 폭발한 살기와 함께 목덜미에 서늘한 창끝이 닿았다.
「……들어오지 말라 했을,」
낮게 억눌린 으르렁거림이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자 순간 멈췄다. 숨이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장창이 바닥을 뒹구는 것과 동시에 피부를 찌르던 살기가 한순간에 사라져 효은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턱 숨통이 트이는 감각과 함께 공기가 터질 듯이 허파로 몰려 들어오자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느닷없는 급습에 머리는 새하얗게 되어 그녀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왜, 왔지……? 이번엔, 어째서…….”
말을 차마 끝까지 잇지 못한 채 억눌린 신음이 흘렀다. 시체처럼 창백하게 질린 얼굴과 배를 지키듯 웅그린 모습에서 효은은 그제야 방 안을 진동하는 악취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래연왕, 상처가……!”
지독한 땀 냄새와 섞인 비리고 역겨운 냄새. 붉은색의 화려하게 장식된 천 때문에 쉽게 눈치 채지 못했으나 그녀는 그가 거의 쥐어뜯듯이 앞섶을 풀어헤친 겉옷 아래로 심각하게 피를 흘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예에 대해서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그녀에게도 저리 길게 일자로 찢긴 흔적은 짐승의 이빨에 당한 자국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모두의 앞에서 춤을 췄다. 그 타들어가는 횃불처럼 격정적이었던 몸짓은 결코 부상자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연회장에서 이 방으로 올 동안의 그 짧은 사이에 습격 받았던 것인가.
아니. 하지만 상처를 덮고 있던 겉옷에 찢어진 자국은 없다. 옷을 갈아입은 흔적조차 없다.
생각이 거기에 닿자 그녀는 거의 전율하며 깨달았다.
……이 사내는 상처를 겉옷으로 가리고 춤을 췄던 것이다.
위르진은 효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오더니 그가 한 손으로 상처를 누르곤 다른 손은 바닥을 향해 구르던 물병을 향해 뻗었다. 이미 한번 떨어트렸던 듯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고, 후들거리며 떨리는 손에 들린 물병의 물이 또다시 쏟아져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 위로 벌어진 상처에서 울컥거리며 솟아난 피가 떨어졌다. 짓눌린 신음, 흐트러진 숨소리와 함께 지독하게 풍기는 피비린내에 효은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자가 진정으로 인간인가. 그녀가 준 독을 마시고 몸이 불덩이같이 달아오른 채로 저를 잡겠다고 쫒아왔었을 때부터 계속 들었던 생각이었다.
가늘고 거칠게 호흡을 내뱉는 위르진의 얼굴은 피를 많이 잃은 탓인지 창백했다. 찢긴 옷과 쏟아진 물과 흘러내린 피가 섞여 도살장처럼 변해버린 침대에 쓰러져 있는 사내는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위태롭고 무방비해 보였으나 그럼에도 효은은 두려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 그녀가 알고 있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선을 거뜬히 넘는 것. 목적도, 중히 여기는 것도, 원하는 것도, 그 한계조차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집합체. 그것이 야기한 기이할 정도의 두려움에 머릿속에서 생각이 폭주했다. 왜 여기에 왔는지, 무엇을 이루러 왔는지, 그런 것들은 엄습하는 두려움에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단지 본능적인 두려움이 귓가에서 소리 질러댔다. 저자가 싫다. 두렵다. 지금 죽여. 죽여서 다시는 너를 쫓아오지 못하게 해. 저자를 네 인생에서 지워버려. 저자를 죽여버리고 여기서 도망쳐. 지금이야말로 기회야!
그러나 동시에 이성이 침착하게 속삭인다. 지금 이리 약해져 있을 때가 기회야. 은혜를 베풀어 빚을 지워둬. 그가 그녀를 원하는 마음이 터럭만큼이라도 있다면 그는 이 약간의 호의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의 누이에게 그녀가 그랬듯이 그 가늘기 짝이 없는 동아줄에 목숨을 걸고 매달리게 될 것이다. 이자를 제 마음대로 휘두를 수만 있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알고서도 제가 준 독배를 순순히 마셨던 이자에게 다시 한 번 독배를 건넬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마음이 가라앉자 비로소 효은은 제가 왜 여기에 왔는지를 기억해냈다.
“……손을 떼어보시오, 래연왕.”
결국 마음을 정하고 제 곁에 내려앉는 효은을 위르진은 가늘게 뜬 눈으로 응시했다.
“이보오, 내게 그대를 해할 마음이 있었다면 진즉에 그리했을 것이오.”
그가 꿈쩍도 하지 않자 효은은 한층 더 목소리를 부드럽게 해 속삭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은 채 상처 입은 맹수처럼 아무 말 없이 주시하는 시선을 느끼며 효은은 결국 약간 힘을 주어 옆구리를 누르고 있는 사내의 손을 상처에서 억지로 떼어냈다. 피투성이가 된 손을 떼어내고 옷을 벗기려 하자 사내가 또다시 거부했다. 그에 양손을 들어 포기의 의사를 보인 후 옆구리 부분의 옷자락만 살짝 들춰 상처를 확인하려던 그녀는 드러난 참상에 무심코 숨을 삼켰다. 가까이에서 본 상처는 생각 이상으로 끔찍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끼며 효은은 애써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지경이 아닌 것 같으니 기다리시오. 내, 곧 의원을 부르라,”
“부르지 마.”
나직한 말과 함께 일어나려는 그녀의 팔을 거머쥔 손길이 상상 이상으로 강하여 효은은 무심코 미간을 찡그렸다.
“죽고 싶은 게요? 빨리 치료를 받으시오!”
“장기가 상하지 않았다. ……죽지 않아.”
“하.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그대가 그걸 어찌 아오?”
팔을 그러쥔 악력은 강했으나 그 피부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죽이려 했다면 모를까 살리려고 하니 그게 뭐라 할 수 없이 불안했다.
“이제껏 이 정도의 상처로 큰 탈이 난 적은 없었다. 그러니 괜찮아.”
“이번에도 괜찮으리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소!”
“은효은.”
나직한 부름에 효은은 순간 움찔했다. 상처의 열기로 달뜬 눈이 그녀에게 와 박혔다.
“그대는, 내가 죽기를 바랐었어.”
그 말에, 그리고 그 말에 은유된 질문에 효은은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효은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 ‘지구르타’라는 것을 할 때 당한 상처로 보이오.”
“…….”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상처를 숨기오?”
물음으로 돌아온 물음에 답할 수 없다는 뜻을 읽은 위르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내 전사들이 원하는 것은 그 어떤 전투에서도 그들을 승리로 이끌 이다. 고작 도전자에게 상처 입어 실려 나가는 이가 아니야.”
“그러다가 그대가 잘못되면 저들은 더한 혼란에 휩싸이게 되오.”
“내가 죽어도 또 다른 이가 나를 대체할 뿐이다.”
“…….”
“그이가 죽으면 또 다른 이가. 그이가 죽으면 또 다른 이가……. 이제까지 그리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리 살아갈 것이니 나 하나가 죽고 사는 것에는 그 어떤 의미도 없다.”
가늘고 얕은 숨소리가 허공으로 흘러내렸다. 얕게 들이쉬고, 내쉬고, 또 들이쉬고…….
“그리 사는 것에 그대는 만족하오……?”
“만족과 불만족의 문제가 아니다. 필요의 문제일 뿐이지.”
“……아주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구려, 래연왕.”
그 말에 기이하게도 위르진이 흐릿하게 웃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효은은 착잡한 표정으로 가쁘게 호흡을 반복하는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저리 욕심이 없어 보이는 자가 제 야망을 위해 무리한 정벌을 할 만한 이인가. 원한다는 것의 의미조차 모를 듯한 이가 이리도 제게 집착하는 연유는 무엇인가. 정말이지, 그녀는 이자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지혈법을 가르치시오.”
그에 미동도 없이 감긴 채 있던 위르진의 눈이 뜨였다. 시선만으로 질문을 던진다.
“다른 이의 손을 타기는 싫다는 게 아니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해두는 것은 미련한 짓이고 이미 내게는 들켰으니 내가 치료하겠다고 하는 거요.”
“이번엔 무엇이 가지고 싶기에?”
지극히도 당연한 듯 묻는 말에 효은은 말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이유 모를 심술이 들어 그녀는 삐딱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내가 원하는 게 있다면, 줄 거요?”
“그리하여 그대를 여기에 잡아둘 수만 있다면.”
그 말과 함께 그녀의 팔을 쥐고 있던 손에 꽉 힘이 들어갔다. 순간 금세라도 죽을 듯 흐릿했던 사내가 되살아난 듯 보였다. 샛노란 맹수의 눈이 확 부싯돌에 불이 붙듯 기이한 열기를 담아 강렬하게 응시했다.
“나를 이용해도 좋아. 바라는 게 있으면 줄 것이고, 시키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할 것이다. 죽어주는 걸로 그대를 가질 수 있다면 오랜 예전에 죽어줄 수도 있었어.”
결코 크지 않은 목소리가 숨 막히는 인력으로 그녀를 끌어들였다. 별생각 없이 던졌던 질문에 돌아온 지독히도 무거운 대답에 효은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호흡을 답답하게 하는 그 열정에 효은은 그건 단지 과장일 뿐이라 일축하려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진심으로 그리할 수 있는 사내인 것을 알아버려 감히 그리할 수 없었다. 위르진은 여전히 시체처럼 창백한 가운데 시선만이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 팔을 잡는 악력에 손끝이 얼얼할 정도다.
“은효은.”
그녀의 이해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난 사내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마음껏 이용해라. 나를 사용해 원하는 것을 이뤄. 그리고 내게 더 이상의 이용가치가 사라졌을 때…….”
그녀의 손목을 이끌어 제 가슴에 가볍게 얹었다. 계속된 출혈의 여파로 빠르게 뛰는 심장이 얇디얇은 천 너머로 고동친다.
“여기에 칼을 박아 날 죽여.”
“……!”
그 말에 효은은 진저리를 치며 팔을 빼냈다. 그녀의 팔이 떨어지자 위르진은 다시 눈을 감고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로 호흡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녀에 의해 살고 죽는 듯한 사내를 보며 그녀는 정말 절규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자는 정녕 미친 게 아닌가. 내 복수마저도 제 계획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가. 설명할 수 없는 분함에, 속절없이 그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듯한 두려움에 그러쥔 주먹을 떨던 효은은 확 손을 뻗어 사내의 멱살을 잡아챘다.
“지혈법이나 가르치시오, 래연왕.”
이토록 화가 난 적은 없었다.
“원하는 게 있으니 그대가 원하는 대로 이용해주겠으나 나를 사내에게 달라붙어 단물만을 빨아먹고 버리는 거머리같이 취급해 날 모욕하지 마시오. 받은 것에 대한 값은 평생이 걸리더라도 정확히 셈을 쳐서 갚을 것이니.”
동시에, 이토록 안쓰러운 기분이 된 적도 없었다.
이자는 정말이지 여인의 마음을 얻는 법이라는 걸 모른다.
“……이해할 수 없는 여자.”
위르진은 느릿하게 한숨을 흘렸다. 그에 잡아 올렸던 멱살을 풀며 효은은 코웃음을 쳤다.
“닥치고 지혈법이나 가르치라고 했소.”
그 말에 어째서인지 위르진이 흐릿하게 웃은 듯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곧 사라지고 예의 그 고저 없는 목소리가 담담이 지혈법과 치료법을 읊기 시작했다. 그에 귀를 기울이며 효은은 묵묵히 손을 움직였다.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는지 위르진의 호흡이 골르게 됐다. 상처에 말라붙은 피를 닦아내고 약초를 씹어 상처에 붙인 후 깨끗한 천으로 감아 지혈까지 마치자 다 죽어가는 듯하던 사내의 꼴이 그나마 사람 꼴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효은은 복잡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녀를 원한다 했다. 이자는 그녀를 사랑하는가. 불쌍하고 불쌍하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효은은 잠든 위르진의 목덜미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가볍게 누르자 팔딱거리며 뛰는 경동맥이 느껴졌다. 살아 있다. 이자가, 살아 있다.
내게는 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것을 위해 내가 그대를 필요로 하니 그대가 잠에서 깰 때까지는 곁에 있으리라. 저 푸른 달이 지고 아침이 오면 나는 또다시 그대를 미워하고, 이용하고, 상처까지 입히겠지만 그대가 한 짓이 있으니 나는 미안해하지도, 용서를 구하지도 않겠다. 그대는 나를 사랑할지도 모르나 그대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뿐이다.
“지금이나마 편히 쉬시오, 래연왕.”
이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한 그대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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