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으로 굴러 들어온 녀석.
하나뿐인 동생과 무미건조한 일상을 이어가던 유진은,
미국 출장을 가게 된 애인 때문에 더 외로워진다.
반면 꿈을 위해 부모님의 사업을 물려받지 않겠다는 연우는,
집에서 쫓겨나 갈 곳 없는 신세가 되는데.

우연한 계기로 유진의 집에 머물게 된 연우.
유진보다는 다섯 살이 어린 아직 미성년의 나이.
처음엔 비슷한 처지에 연민을 느끼던 두 사람이,
점점 서로의 매력에 이끌리기 시작하는데.
계급, 나이, 신분을 떠나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무슨 향수 써요?’
‘뭐?’
‘좋은 향이 나서요, 비누 향 같은.’
‘바보야, 매일 맡으면서도 몰라?’
‘네?’
‘세제 향이잖아, 세제 향! 이걸로 몇 번이나 설거지 했으면서!’
‘아. 아하. 아하하하. 그, 그런가.’

이루어질 듯 어렵기만한 두 사람의 동거 이야기.




-본문 중에서-

“기억나요?”
“응?”
“우리 예전에 같이 살았던 집.”
“그럼.”
“난 어쩌면 선생님 생각보다 더 전부터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에 빠진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유진의 모든 것들이 연우에게는 왠지 특별하게 느껴졌었다. 처음 유진과 은성을 카페에서 봤을 때도 그 넓은 카페에서 유진의 목소리만 귓가에 울렸다. 그냥 아는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좀 달랐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아니라 없다구요, 부모님.’
‘……뭐?’
‘없어요. 한국에…….’
유진 역시 연우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물론 학교에서 매일 보는 사이였지만, 유진에게는 그 날 이후로 연우가 좀 더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갑자기 파노라마 사진을 보는 것처럼, 그와의 기억이 머릿속에 하나하나 펼쳐지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포근한 기억들이었다. 새삼 떠올리자 유진은 눈앞의 연우가 훨씬 의미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껏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그녀는 상체를 기울여 연우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고, 연우는 쑥스러운지 그녀가 입을 맞춘 이마를 손으로 문질렀다.
“내가 애기에요? 이마에 뽀뽀해주게.”
“이마가 어때서?”
“이젠 여기에다 해줘야죠.”
연우는 유진의 허리를 끌어당기더니 능숙하게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순간 짜릿한 전율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너무나 중독적인 아이였다. 그래서 옆에 두기엔 더욱 조심스럽고 버거웠었는지 모른다고, 유진은 늘 생각했다.
“하아…… 짓궂기는.”
“터프하다고 해두죠. 그리고 요즘 누가 애인 사이에 존댓말을 해요? 너무 예의바른 관계인거지.”
“그야, 서로 존경하면.”
“존경은 마음으로 하는 거고. 암튼, 누나가 나한테 존댓말 할 거 아닌 이상 나도 오늘부터 반말이다?”
너무 멀고 먼 길을 돌아왔다. 이제야 진짜 내 사람이 된 연우의 존재가 감격스러워서 유진은 잠시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이 녀석이 보자보자 하니까. 유진은 슬슬 맞먹으려드는 녀석이 얄미워 녀석의 볼을 세게 꼬집었다.
“뭐? 누나? 이 녀석이 진짜.”
“이제 선생님도 아니잖아. 그리고 전직 선생님이셨어도 연인 사이에는 그런 계급장 다 덮어줘야 되는 거 아닌가? 포스트 물감처럼.”
하지만 모든 것이 결국에는 익숙해진다. 누가 미술학도 아니랄까봐 물감 운운하는 연우를 보고, 유진은 하도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당돌한 녀석이 조금은 익숙해졌듯, 삶의 고통으로 여겼던 모든 일들도 결국엔 웃어넘길 수 있는 추억이 되어 그녀의 기억 속에 자리할 것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으로 끄적이고 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글쓰기 초보.
무미건조한 일상에 턴포인트가 되어줄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미디어 리뷰가 없습니다.

별점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