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을 당한 한 여자와 이별을 경험한 한 남자가 외딴섬에서 만났다.

“그럼 저 남자하고 둘이 이 외딴집에 남아야 된다는 거 아냐?”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작은 섬,
난 속눈썹이 유난히도 긴 그녀를 처음 보았죠.
그녀는 아무것도 모를 거예요.
그날 이후, 내 심장은 고장이 나버린 걸.


<본문 중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아뇨. 미안해 할 것 없어요. 오빠가 부른 그 노래를 듣고 내 감정을 더욱 굳혔었는데 결국은 그게 내가 아니라 강주희일 수도 있고, 어쩌면…… 어쩌면 또 다른 여자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혹시나 하는 희망을 안겨 준 거죠. 나한테도, 강주희에게도, 어쩌면 또 다른 누구에게도.”
“우리가 지금 이러는 이유가 뭐지? 무엇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맞았는지 난 그게 알고 싶어.”
“내가 그 섬에서 한 남자의 추억을 버리고 또 다른 한 남자의 추억을 간직했다면, 오빠는 그 섬에서 강주희와 우미양, 두 여자의 추억을 가슴속에 간직한 거였어요. 난 그 섬에서 나현우를 잊기 위해 몸부림 칠 때, 오빤 강주희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우미양과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었던 거죠. 내 말이 틀렸어요?”
“오해하지 마. 서로 이별하는 방법이 다를 뿐, 결과는 똑같은 거야. 네 방식대로 현우를 지운 것처럼 나도 내 방식대로 주희를 지운 것뿐이야.”
“아뇨. 오빤, 지우지 않았어요. 지우지 못한 거죠.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 거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미련 말이에요. 그래서 오빤 강주희를 추억하며 노래를 만들었던 거죠. 영원히 지워지지 않게, 그 미련을 영원히 가슴에 새길 수 있게.”
“추억은 추억일 뿐이야. 추억과 미련이 같을 수는 없어. 아무리 나쁜 추억도 가슴 아픈 추억도 좋은 추억도 다 추억일 뿐이야. 현실과는 상관없는 과거의 추억. 가끔 생각날 때 꺼내 보는 일기장 같은.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미리보기>

“미양 씨, 뭐하세요?”
“문 열지 마세요. 지금 화장하고 있어요.”
“네. 알겠어요. 그런데 이거 다음 편은 없나요?”
‘다음 편?’
미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까이 다가가 그가 손에 쥔 물건을 확인했다. 노트다. 미양의 작업 노트. 미양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이 노트를 왜 들고 있어요?”
“아, 이 노트요. 전 화장실 갈 때 신문이나 잡지 같은 거 있어야 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잖아요. 미양 씨 샤워하고 있을 때, 책이라도 없나 찾아보는데 미양 씨 노트가 방 앞에 보이기에…….”
미양은 엄지와 검지로 노트를 집으며 소리쳤다.
“그래서. 지금 그 노트를 들고 더럽게 화장실을 들고 갔단 말이에요?”
“아, 아니에요. 화장실 가려고 했는데 신호가 오지 않아서 그냥 참았습니다. 그냥 있기도 심심하고 해서 미양 씨 노트를 슬쩍 훔쳐봤습니다.”
“안에 어디까지 봤어요?”
“다 봤어요. 재미있던데요. 다음 편이 궁금해 죽겠어요.”
다 봤다고? 미양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노트를 물에 빠뜨리거나 화장실에 들고 간 것도 아니고, 찢은 것도 아니니 그냥 용서해 주자. 그런데 왜 이렇게 창피하지?
미양은 괜스레 창피하고 화가 나서 그가 보는 앞에서 방문을 거칠게 닫아 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남자의 비명 소리.
“아악!”
미양은 갑작스런 비명 소리에 화들짝 놀라 슬며시 방문을 열었다. 설마?
미양의 예상대로 미처 손을 빼지 못한 준수의 손가락이 여닫이 방문에 끼이고 말았다.
“갑자기 문을 닫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아뇨. 미안해 할 것 없어요. 오빠가 부른 그 노래를 듣고 내 감정을 더욱 굳혔었는데 결국은 그게 내가 아니라 강주희일 수도 있고, 어쩌면…… 어쩌면 또 다른 여자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혹시나 하는 희망을 안겨 준 거죠. 나한테도, 강주희에게도, 어쩌면 또 다른 누구에게도.”
“우리가 지금 이러는 이유가 뭐지? 무엇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맞았는지 난 그게 알고 싶어.”
“내가 그 섬에서 한 남자의 추억을 버리고 또 다른 한 남자의 추억을 간직했다면, 오빠는 그 섬에서 강주희와 우미양, 두 여자의 추억을 가슴속에 간직한 거였어요. 난 그 섬에서 나현우를 잊기 위해 몸부림 칠 때, 오빤 강주희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우미양과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었던 거죠. 내 말이 틀렸어요?”
“오해하지 마. 서로 이별하는 방법이 다를 뿐, 결과는 똑같은 거야. 네 방식대로 현우를 지운 것처럼 나도 내 방식대로 주희를 지운 것뿐이야.”
“아뇨. 오빤, 지우지 않았어요. 지우지 못한 거죠.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 거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미련 말이에요. 그래서 오빤 강주희를 추억하며 노래를 만들었던 거죠. 영원히 지워지지 않게, 그 미련을 영원히 가슴에 새길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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