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은 28년을 살아오면서 별로 남자와는 인연이 없었다. 뛰어난 미인은 아니었지만 나름 귀여운 외모를 바탕으로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이었으나 혜진 자신이 자신의 가슴이 뛰거나 느낌이 오는 사람을 찾다보니 항상 애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가슴을 통증이 느낄 만큼 뛰게 만드는 남자를 만났다. 그런데 친구의 오빠란다. 어떻게 하면 저 남자가 나에게 넘어 올까?

준서는 어릴 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았다. 특히 여자는 더더욱. 그런데 잘생긴 자신의 외모와 직업만 보고 접근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상대하지 않고 그냥 두다 보면 저절로 알아서 떨어져 나갔다. 그러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새에 바람둥이란 오명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 때문에 가슴이 뛴다면서 접근한 여자가 있다. 알고 보니 여동생의 친구란다.
뛰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귀여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은근슬쩍 매력이 있다. 자신에게 자꾸 호기심을 느끼게 한다. 정말 처음으로 흥미를 끄는 여자를 만났는데 그녀도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제풀에 떨어져 나갈까?

윤혜진 : 28세, 그린 기획의 광고 AE, 160cm의 아담한 사이즈에 귀여운 외모
항상 남자 친구를 갈망했지만 인연이 없었음. 쾌활 명랑한 편이며
여린 듯하나 의외로 강단 있는 성격임

이준서 : 31세, 183cm의 준수한 외모
서울지방 중앙검찰청 강력부 마약수사과 검사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외모 때문에 여자들의 접근이 많은 편이지만
무뚝뚝한 성격으로 인해 다들 제풀에 알아서 떨어져 나가는 편이며
성실하며 자신이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성격임

안성수 : 30세, 그린 기획의 광고 CD, 185cm의 건장한 훈남으로 회사 동기인
혜진을 옆에서 항상 도와주고 말없이 챙겨주고 있음. 3년 전부터 혜진을
짝사랑하고 있으나 그녀는 자신을 친구로 여기고 있음.

준서와 혜진은 아무 일없이 무사히 커플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짝사랑하는 성수가 혜진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혜진은 자기가 마음에 드는 남자를 선택할지 아니면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선택할까요?


< 본문 중에서 >

솔직히 말하면 성수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다. 지금까지 남자 친구나 애인이 없다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도전하면 혜진의 마음을 자신에게 돌릴 수 있을지 차가 달리는 동안 수만 가지의 생각을 했다.
대리기사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혜진을 업고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려고 하는 성수를 누군가가 나타나 가로막았다. 놀라서 고개를 든 성수는 자기만큼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쭉 뻗은 키에 엄청난 미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성수와 등에 있는 혜진을 살펴보는 듯했다. 잠시 성수를 바라보던 그 남자는 곧 성수에게 다가와 등에 있는 혜진을 낚아채 자신이 안았다. 그 순간 거친 손길에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혜진은 의식이 돌아왔다. 하지만 자신이 준서에게 안겨 있는 걸 의식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계속 잠든 척을 하고 있었다.
“뭡니까?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뭐, 보아하니 술이 된 혜진을 여기까지 데려오신 것 같은데 고맙습니다. 전, 혜진의 남친 되는 사람입니다. 솔직히 내 여친이 댁의 등에 업혀 있는 것 보기 좋지 않습니다. 다음부턴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하지요.”
그는 정중하게 이야기했다. 성수는 솔직히 말하면 잘난 그 남자가 혜진의 남친이라는 사실도 기분이 안 좋았지만 혜진의 말과는 달리 이 남자도 혜진에게 마음이 있는 듯했다. 지금 하는 행동엔 분명히 질투의 감정이 베이스로 깔려 있었다.
“아, 회사 동료입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심난해 하는 것 같아 같이 술 한잔했는데 아직 늦은 시간도 아닌데 금방 술에 취해 뻗어 버렸습니다.”
“이제, 댁은 관심 꺼 주시고 돌아가십시오.”
그는 그렇게 말하고 혜진을 안아 아파트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가 사라지고 나자 성수는 허탈해졌다. 뭐 열심히 쳤는데 공이 넘어가려는 순간 누군가에 글러브에 그 공이 잡힌 심정이랄까? 발을 돌려 자신의 차에 오른 성수는 큰 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아현동이요.”
그리고는 뒷좌석에 기대어 창가에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불빛들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 참. 뭐, 무뚝뚝하고 자신에게 마음이 없어? 내가 보기엔 그 남자도 혜진이 너한테 한 조각이라도 마음이 넘쳐나는 듯하구만. 넌 그걸 발견 못했나 보구나.”
‘이거 너에 대한 내 마음을 정리해야 되니? 정리해야 되니? 3년 동안 키워온 감정인데. 어찌해야 할지.’
한편 준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늘 혜진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회사로 휴대폰에 전화했더니 휴대폰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기계음만 반복할 뿐이었다. 혹시나 싶어 집 앞에서 기다린 지 2시간째였던 그는 혜진이 낯선 남자한테 업혀오자 자신도 모르게 차에서 내려 그 앞으로 다가갔던 것이다.
혜진을 안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준서는 술에 취해 외간 남자의 등에 업혀 오는 혜진을 발견한 순간 가슴에서 뭔지 모를 뜨거운 것이 솟아 나와 순간적으로 그를 한 대 치고 싶은 자신의 감정을 삼키느라 힘이 들었다. 그런 자신의 감정에 준서 자신도 깜짝 놀랐다.
“너 뭐하고 다니는 거냐. 이거야 원, 이렇게 인사불성으로 마시다니. 뭐가 그렇게 안 좋은 일이 있었기에.”
준서는 뭔지 모르지만 혜진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자신에게 자조를 했다. 준서는 혜진의 얼굴 가까이에 입을 가져다 대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연락해. 내가 너의 고민을 들어줄게. 명색이 내가 너의 남친인데 딴 남자랑 그러고 있는 것 보니까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하다. 더욱이 그 남자 널 쳐다보는 눈빛이 그냥 회사 동료로 보는 것이 아냐. 남자의 눈으로 널 보고 있다고.”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로 흘러 들어오자 혜진은 자신의 내부에서 따뜻한 감정이 점점 퍼져 자신의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그리고는 그의 입술이 자신의 이마에 살짝 내려앉았다가 떨어졌다. 깨기가 더 힘들어진 혜진은 그가 집 앞에 도착한 순간까지도 계속 잠든 척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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