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목적을 위한 만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만나면서 그녀는 점점 그에게 빠져들고야 말았습니다. 계약으로 시작했으나 사랑으로 변해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본문 내용中에서-

그는 마치 품평이라도 하듯 가운을 걸친 그녀의 몸을 샅샅이 훑었다. 촉촉하게 젖은 검고 긴 생머리와 갸름한 얼굴선, 매초롬한 눈망울과 붉디붉은 입술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자였다. 두꺼운 가운에 가려 보이진 않았지만 드러난 몸매의 굴곡을 보니 적당히 풍만해 보였다.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집요한 시선 때문인지 그녀는 조금 벌어진 가운을 꼼꼼하게 여미며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얼굴에 표정조차 없는 여자였지만 분명 지금 이 자리가 불편하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저러면서 무슨 계약을 하자는 건지.’
도진은 못마땅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적당히 겁을 줘서 쫓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름이 연화라고 했었나?”
조금은 나른하면서도 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질문에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도진은 잔을 협탁에 내려놓았다. 잔을 내려놓는 작은 소리에도 그녀가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도진은 들리지 않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가운을 움켜쥔 그녀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가깝게 다가선 도진은 가운을 움켜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를 눈에 가득 담은 공허한 눈동자가 도진의 심장을 옥죄었다.
“처음도 아니라면서 두려운가 보지?”
“…….”
그의 질문에 그녀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마치 생기 잃은 인형처럼 그녀는 그저 똑바로 앞을 바라볼 뿐이었다.




[미리보기]

“한 가지만 묻지.”
“뭐죠?”
“왜 하필 나였지? 나 말고도 이런 식으로 접근할 사람은 많았을 텐데.”
“상관없지 않나요?”
그녀의 대답에 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상관없다. 어차피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들은 전부 어떤 목적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껏 그들에게 단 한 번도 솔직하게 물어본 적은 없었다. 들어 봤자 그들의 대답은 대부분 거짓일 게 뻔하니까. 그런데 왜 이 여자의 솔직한 대답이 듣고 싶어지는 걸까? 날 선택한 기준이 무엇인지. 왜 날 선택했는지. 처음 선택한 이가 나였는지? 아니다. 그게 뭐 대수라고. 도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됐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니까.”
그는 벗어 둔 옷을 주섬주섬 챙겨 들었다.

조용하면서도 따스함이 가득한 작은 소도시에서 대부분의 학창시절을 보낸 처자입니다. 주로 쓰는 분야는 로맨스와 판타지소설입니다.

현재 로망띠끄와 피우리넷을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출간작 : 나의 연인이 되어주세요(전자책). 매혹(魅惑 : 전자책), 열애(熱愛 : 전자책-로망띠끄)
출간 예정작 : 달콤한 선택

개인 블로그 : http://blog.naver.com/pine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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